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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문법? 중요합니다
영어다의어 해결사 이가희 2017-02-27 11:27:50
조회: 119 공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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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가 영어 일기를 쓸 때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이 영어식 어법이었다. 아이들은, 아니 어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단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단어부터 생각해서 그것을 쭉 연결하는데, 대개는 우리말 스는 것과 똑같은 어순으로 쓴다. 말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심한 경우에는 무슨 말을 하고 싶다는 건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말을 하기도 한다.

 

 

 

내가 오래전에 회화 학원에 잠시 다니면서 겪었던 일이다. 대학생도 간혹 있었고 직장인, 주부들이 모여서 외국인 선생님과 공부를 했는데 수준은 아주 초보였다. 아무리 다 큰 어른들이라지만 영어에 있어서만큼은 어린아이에 불과하니까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앞에 나가 발표도 하고 게임도 해 가면서 영어를 배웠다. 처음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대개는 초보자이다 보니 하는 일이 뭐고, 가족은 어떻게 되고, 취미는 뭐고, 어릴 때 꿈은 무엇이었고, 이런 정도의 자기소개가 고작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소용이 없었다. 그 사람의 인격, 교양, 품행, 이 모든 것이 자기가 표현할 수 있는 그 쉬운 영어 몇 마디에 의해 규정되는 비참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유난히 영어를 못하는 젊은 남자가 하나 있었다. 그 당시 공대를 휴학 중인 대학생이라고 했는데 내가 보기에도 영어를 정말 못했다. 단어를 몇 개씩 툭툭 던지는 것이 고작이었고 단 한 문장도 제대로 연결해 쓰지를 못했다. 이 사람이 자기소개를 할 차례였다. 의사 전달에 자신이 없었던지 그는 소품까지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앞에 나가더니 외손에는 자기 어릴 때 사진, 오른손에는 현재의 사진을 딱 들었다.

 

 

"This is my baby. My baby picture.(이것은 내 아기입니다. 내 아기 사진.)" "Me grow grow, it's me.(나를 자라 자라 이게 접니다.)" 참 내가 들어도 너무하다 싶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그렇게 더듬고 있는 젊은 남자를 보면서 모두들 동병상련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고는 모두 다 큰 격려의 박수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원희가 다니는 학원에서도 아이들이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소위 말해 외국에서 공부하고 왔다는 아이들이 많이 있는 반이었다. 아이들끼리 모여서 게임을 했는데, 영어 문장 쓰기 릴레이 게임이었다. 한 아이가 종이에 '나는 어제 속리산에 놀러 갔다.'라고 쓰면 그 다음 사람이 '나는 산에서 큰 잠자리를 다섯 마리나 잡았다.' 이런 식으로 살을 붙여 가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게임이었는데, 여러 아이들이 다 써 놓은 종이를 보고 난 깜짝 놀랐다. 내가 봐도 아이들이 쓴 영어 어법이 엉망이었.

 

 

 

 

예를 들어 '나는 속리산에 갔다.(I went to Mt. songni)'라는 말을 'I was go to Mt. songni'라고 쓰는 아이가 많았다. I 하면 무조건 'I'm', 'I was'라고 써 놓고 보는 것이다. 심한 경우 '나는 어제 자전거를 샀다'라는 말을 'Me yesterday bicycle bought'라고 쓰는 아이도 있었다. 영어식 어법을 무시하고 우리말에 영어 단어만 기계적으로 대입시킨 것이다.

 

 

나는 그날 학원에서 그것을 보고 원희가 그 정도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을 했다. 그러고는 집에 돌아와서 그날부터 영어에는 be동사 말고도 다른 동사가 아주 많다는 것을 되새기며 불규칙 동사 3단계 변형을 외우게 했다. 중학교 영어책에 부록으로 붙은 것을 가져다가 노래까지 불러 가며 외웠던 기억이 난다.사실 그런 정도 외에 어법을 따로 가르친다는 것이 나로서는 힘들었다. 문법책으로 무조건 가르쳐 볼 수도 있겠지만 잘 가르칠 자신이 없었고 드동안 해온 영어 공부를 망치는 위험한 방법일 거라는 생각에 주저했다.

 

 

하지만 나는 아이한테 동화책을 읽히면서도 '문법', '영어식 어순' 등의 개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영어를 읽고 뜻은 제대로 파악하는 것 같은데, 왠지 조금은 불안하고 의심이 갔다.'얘가 뭘 알고 읽는 건가? 그냥 단어 몇 개 아는 거로 감을 잡아서 적당히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건 아닌가?'

 

 

 

 

하지만 나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더 이상은 확인해 볼 수도, 가르칠 수도 없었다. 결국 나는 이런 방법을 생각해 냈다. 일단 내용이 너무 어렵지 않은 동화책을 하나 고른다. 물론 우리말 해석 전문이 딸려 있어야 하고, 단어 설명까지 돼 있는 것이면 더욱 좋다. 영문을 아이에게 읽혀서 내용을 파악하게 한다. 여러 번 읽으면 더욱 좋다. 그런 다음 내가 우리말로 한 문장씩 얘기해 주면서 원희가 영어로 말해 보게 하는 것이다. 정확하지는 않아도 책에 있는 영문하고 어순이 비슷하게 말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서다. 엄마가 먼저 묻는다.

 

 

"노새와 당나귀가 자기들 주인의 집으로 가방을 나르고 있었어요." "Mule and donkey carry heir master house their bags." 그런데 책을 보면 원희가 말한 것과 무언가 다르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다아는 경우는 내가 설명을 해주지만, 이럴 때 대개는 그냥 책을 보여준다"A Mule and donkey were carrying bags to their master's house." 그러면 원희는 ", 이렇게 돼야지!" 하며 몇 번을 읽는다. 그러면서 책을 덮고 그 문장을 다시 말해 보는데, 이번에는 제법 정확하다모르는 단어 정도는 다 가르쳐주었다. 어떤 때는 단어와 구 등을 조각조각 잘라서 알려주고 원희한테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게만 시켜 보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단어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영어식 어순을 익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희가 영어로 문장을 말하는 것을 듣고 원문과 다른 것을 확인한다 해도 어디가 어떻게 틀렸는지, 어떻게 하면 바른 문장이 되는지 정확히 판단하고 바로잡아주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었다. 그래서 원문과 조금 다르면 그냥 넘어가고 앞뒤가 전혀 맞지 않게 대답할 때는 영문을 보여주면서 스스로 바로잡게 한 것 이다.

 

 

다행히 일일이 설명을 해주지 않아도 원희는 한두 차례 다시 읽으면서 자연스러운 영어식 어순을 체득하는 것 같았다. 그런 식으로 많은 문장을 접하면서 원희가 영어 문장에 대한 감각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원희가 6학년이 되어서는 그동안 배운 것도 한 번 정리하고 중학교 과정 선행 학습도 할 겸, 학원에서 문법 수업을 잠시 듣게 했다.

 

 



나는 최근에 한 선생님한테 이런 말을 들었다"영어 회화를 몇 년이나 배웠다고 하는데 간단한 영어 문장을 하나 써 보라고 하면 전혀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해요. 어떻게 손을 댈 수가 없다니까요. 엄마들이나 선생님들이 옛날에 문법만 공부해서 영어를 망쳤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문법을 전혀 안 가르치는데 그건 잘못입니다."

 

 

우리 원희의 경우를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원희는 문법 개념도 소홀히 하지 않은 덕분에 영어 문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뼈대를 조립할 수 있으니까 새로운 어휘와 표현방식을 배우면서 계속 살을 붙여 나가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원희는 나중에 고등학교에 가서도 문법을 아주 잘하는 아이에 속했다. SAT II Writing 시험에 구문(structure)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도 원희는 800점 만점을 받았다. 미국 아이들도 만점을 받기 어렵다는 SAT II WritingSAT I만큼 중요한 시험이다. 미국의 여러 명문 대학에서는 학생이 전정한 실력을 갖추었는지, 대학에 들어와서 수업을 잘 받을 수 있을지 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SAT II Writing 부분을 많이 고려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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