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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우리 엄마는 개모
이가희 2017-03-27 10:23:32
조회: 1010 공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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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가 어릴 때 어딘가에 써 놓았던 말이다. 물론 엄마를 ‘개(dog)’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고 ‘개’와 ‘계’를 구분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정도로 어릴 때의 얘기다. 어린것이 힘들기도 했겠지, 하루가 멀다 하고 다가오는 학교 시험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야 하는 영어 공부,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애들이 으레 하는 말이지 뭐. 잘해줄 때는 세상에서 엄마가 최고로 좋다가도 하기 싫은 거 하라면 다 계모라고 하는 거야.” 우선 이렇게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 본다. 하지만 아이가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공부하기 힘들어하면 나도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럴 때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할까 주변을 둘러본다. 아이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서 공부 같은 것은 좀 덜 시키는 엄마들도 있다. 아니면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이 안쓰러워 같이 힘들어해주는 엄마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쪽을 선택했다. 나는 공부의 의무를 덜어주기보다는 자신의 의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도록 채찍질을 가하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애를 썼다. 현명한 ‘개모’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힘들다고 해서 ‘한 번’ 그냥 넘어가기보다는 꾹 참고 ‘한 번만’ 더 해서 고비를 넘기고 그 단 열매를 함께 맛보는 것 말이다.


물론 어려워서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를 억지로 시키거나 영어에 도저히 취미가 없는 아이를 무리하게 몰아붙이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고 실제로 효과도 없다. 다행히 원희는 많이 힘들어하면서도 재미있어했고, 다른 아이들보다 무엇이든 잘하고 싶어 했다. 어려운 것을 견디고 새로운 것을 하나하나 배워 갈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은 엄마인 나보다도 훨씬 컸을 것이다. 원희에게 계속 채찍을 가할 수 있는 것도 원희의 그런 점 때문이었다.

‘영어 공부는 가정에서 엄마 손으로 완성된다.’  내가 아이에게 계속해서 채찍질을 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믿음 때문이었다. 아무리 좋은 학원을 다니고, 아무리 많은 학습지를 한다고 해도 엄마가 꾸준히 도와주지 않았으면 좋은 결실을 거두기 어렵다. 가정은 영어 공부가 총체적으로 완성되는 곳이고 이것을 총지휘하는 사람은 엄마다. 내가 ‘현명한 개모’가 되려고 했던 것은 나름대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창조적인 복습과 활용이 가능한 곳은 가정이다. 아무리 많이 배워도 집에 와서 다 까먹으면 그만이다. 학원에서 배운 것을 한 번이라도 복습하면서 활용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집이다. 특히 학원 진도를 잘 쫓아가지 못해 이를 보완해야 할 경우는 엄마가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 성의 있게 꾸준히 지도 할 수 있다. 비디오, 오디오, 컴퓨터 등의 멀티미디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집이다. 아이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영어 소리에 파묻혀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다.


말하고, 듣고, 읽고, 쓰기를 고르게 할 수 있는 곳은 집이다. 학원에서는 대부분 회화를 중심으로 하면서 듣기나 읽기 등을 통합적으로 가르친다. 하지만 공부를 하다 보면 프로그램 진행상 한가지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상태에 따라 특정 부분이 부족할 수도 있고, 또 아이의 적성에 따라 어느 한 가지를 더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학원 교육에서는 충족 될 수 없는 것 같다.

이 같은 점을 보완해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다. 게다가 동화책 읽기, 특히 영어 일기 쓰기 등은 엄마의 꾸준한 지도가 필요한 부분이다. 결국 ‘말하고 듣고 읽고 쓴다’는 영어본연의 네가지 기능을 통합적으로 훈련시킬 수 있는 곳은 바로 가정이고, 이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엄마다.

영어 공부는 습관이다 – 규칙적인 학습의 중요성

나는 가능한 한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집에서 영어를 복습하는 시간으로 정해 놓고 있었다. 학원 공부 복습하고, 듣기도 좀 더 하고, 동화책 한 쪽이라도 읽고, 영어 일기를 쓰고, 물론 이 모든 것을 매일 고르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에 따라 비중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시험이나 행사, 아이의 건강 상태에 따라서도 계획에 충분히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다. 변동을 허용하되 ‘계획적인’ 변동, 즉 엄마와 아이가 둘 다 양해할 수 있는 변동이어야 한다. 즉흥적으로 계획을 변경하다 보면 엄마나 아이나 계획을 어기는 것에 점차 무감각해진다. 물론 엄마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매시간 참견하는 형태는 옳지 않다. 아이가 자율성을 발휘하면서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엄마는 보이지 않는 곳에 딱 버티고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예습도 굉장히 중요하다

복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예습이다. 학원 공부를 조금 어려워하는 경우에 예습을 조금씩만 시켜 보자. 그러면 수업 내용도 잘 쫓아가고 훨씬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잘하는 아이라도 예습을 조금만 해주면 훨씬 더 효과적이다. 복습 시간을 많이 줄이면서 내용 이해도 훨씬 확실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예습은 엄마가 아이 공부를 컨트롤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내가 원희 예습을 봐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 그것이다. 학원에 가기 전에 조금씩 들여다보게 하면서 같이 봐주다 보니까 아이가 학원에서 무엇을 공부하는지 놓치지 않고 알 수 있었다.


엄마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린아이들은 자기 엄마가 이 세상에서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엄마한테 아주 작은 자랑거리 하나만 있어도 이것을 굉장한 것으로 생각하고 많은 힘을 얻는다. 원희의 경우는 내가 좋은 시를 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

 열심히 가르치는 엄마 못지않게 훌륭한 엄마는 스스로 공부하는 엄마다. 항상 책을 가까이하고, 아이가 공부하는 것을 보면서 옆에서 함께 배우려고 노력하는 엄마를 보면서 아이들은 더욱 자극과 용기를 얻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가 자기를 위해서 애를 많이 쓴다는 것을 느낄 때 더욱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원희가 공부하느라고 참 힘들었겠지만, 사실 엄마로서도 이 모든 것을 지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거나 엄마 자신이 게을러지면 아이는 더 힘들어진다. 엄마가 항상 관심을 보이고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 아이도 마음을 다잡고 한 발짝 더 힘차게 나아가는 것이다.

“원희야. 엄마는 원희를 너무나 사랑하고, 원희가 정말 행복하기를 바라는 ‘개모’란다.”  언젠가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어느덧 원희는 이 말이 필요 없는 큰 아이가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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