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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성실하게 연습하는 사람이 승자
이가희 2017-06-12 11:28:54
조회: 1262 공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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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참가가 결정되면 이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한다. 학원에서 준비한다고 해도 기존 수업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별도로 연습을 해야 하고, 특히 개인적으로 대회에 나가는 경우에는 집에서 엄마와 준비를 해야만 한다. 시간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아주 힘이 드는 작업이다.

영어 듣기, 말하기, 읽기 등을 시험 형태로 테스트하는 일반 영어경시대회의 경우에는 평소에 하던 공부를 좀 더 강화하는 수준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된다. 하지만 스피치 콘테스트나 스토리텔링 대회의 경우는 대본을 준비하고 발표하기까지 오랜 연습 과정이 필요하다.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대본 준비다.

원희가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대전의 한 미술관에서 퓰리처상 수상작 전시회가 열려서 온 가족이 함께 구경을 갔다. 전쟁, 기아, 평화 등을 주제로 한 사진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유난히 눈길을 끄는 사진이 하나 있었다. 뼈가 드러나도록 비쩍 마른 아프리카의 한 소녀가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고, 그 뒤에서 아이보다도 더 큰 독수리 한 마리가 아이를 노려보고 있는 사진이었다. 굉장히 섬뜩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그 밑에 이런 설명이 쓰여 있었다.




"기아에 굶주린 이 소녀는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배급소로 가고 있지만 기운이 없어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다. 뒤에서는 독수리 한 마리가 아이가 빨리 죽기를 기다리며 노려보고 있다.“ 너무나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엄마, 저게 정말일까!“ 한참 감수성이 예민했던 원희는 사진을 보면서 굉장히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후 유네스코에서 '세계 평화를' 주제로 하는 스피치 콘테스트가 열렸을 때 이 내용을 대본으로 써서 대회에 나갔다. 이 세상에 전쟁과 기아는 더 이상 없어야 하며, 모든 사람이 노력해서 인류가 꿈꾸는 평화를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일단 원희가 이런 내용을 영어로 쓴 다음 선생님의 손질을 거쳐 원고를 완성했다. 대개 스피치 콘테스트에 나갈 때는 전문 선생님이 문장을 바로잡고 스토리를 다듬어준다. 아이가 소재만 정하거나 간단한 개요만 정하고 선생님이 원고를 써주는 경우도 있다. 선생님의 손이 많이 간다 해도 어차피 아이가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또 발표라는 중요한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도움을 받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본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말, 남에게 전달하고 싶은 큰 감동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고 남이 써준 것을 발표하는 경우는 굉장히 다르다. 자기가 깉이 느낀 것을 이야기에 담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했을 때 그 감동과 호소력은 더욱 커지는 법이다. 원희도 여러 차례 스피치 콘테스트에 나갔지만 굶주린 소녀의 얘기를 전달할 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동이 가장 컸다고 한다.


 

 

 

연습과정 자체가 공부

 대본이 마무리되면 이제 본격적으로 연습에 들어간다.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표현 연습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글의 느낌과 감정을 최대한 살려 멋지게 전달할까?

 아무리 작은 대회라도 모든 사람이 보는 데서 그것도 영어로 발표를 해야 하는데 떨리지 않을 아이는 없을 것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수줍음이나 부끄러움을 벗고 자기 자신을 최대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연습을 시켰다. 온 가족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발표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고, 좀 우스꽝스럽게 보일지 모르지만 엄마나 아빠가 큰 제스처를 써 가면서 아이들처럼 과장되게 자기표현을 해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서 원희는 수줍음을 한 꺼풀씩 벗어 나갔다. 자기 목소리도 직접 녹음해서 들어 보게 했다. 원희는 자기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것을 들으면서 쑥스러워하면서도 굉장히 흥미로워 했다. 그러면서 자꾸 바로잡아 나가는 것이다.

 한번은 원희의 스피치 내용을 우리말로 번역한 다음 성우에게 들고 가서 최대한 감정을 실어 멋지게 읽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녹음을 했다. 그 당시에는 내가 방송국에 잘 아는 사람이 있어서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 같은 내용이라도 전문 성우가 읽으면 굉장히 다르다. 리듬과 느낌이 풍부하고 부분부분이 살아 움직인다. 그런 다음 녹음한 것을 들고와 원희에게 들려준다. 감정이 듬뿍 실린 성우의 녹음을 들려주면 원희는 그야말로 그 분위기에 취한다. 그러고는 성우의 기가 막힌 말투대로 그 감정을 그대로 흉내 내서 영어 한마디 한마디에 감정을 실어 자기표현을 했다. 물론 우리말을 영어로 바꿔야 했지만 감정은 그대로 살려 냈다.

 이렇게 해서 대본에 익숙해지면 발음 교정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원어민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발음을 훈련하는 것이다. 안 되는 발음을 반복해 연습하다 보면 발음이 훨씬 둥글고 유연해지고 억양도 훨씬 자연스러워진다. 원희는 스피치 콘테스트를 준비하면서 발음이 많이 향상되었다.




드디어 무대에 오르다

원희는 경쟁심이 많고 무엇이든지 잘하고 싶은 마음에 쉽게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아주 많이 받는 아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스트레스를 잘 견디고 소화해 내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떨리면 떨릴수록 보란 듯이 더욱 의기양양해지는 면도 있다.

 "원희야, 너 너무 오버한다." 반농담 삼아 이런 말로 아이를 진정시키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대회 시작 전에 아이들이 한 명씩 올라가서 예행연습을 할 기회가 있다. 그러면 대개의 아이들이 긴장된 상태에서 그만 내려오라고 할 때까지 한마디라도 더 해보려고 애를 쓰기 마련인데 원희는 그러지 않았다. 

"Hello everyone. My name is..." 이렇게 몇 마디만 하고는 내려온다. 그 이유는 '딱 요기까지만' 보여주기 위해서다. 우리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남보다 좀 더 눈에 띄기 위해 특별한 제스처를 비장의 무기로 준비해 가지고 갔다. 그런데 그것을 미리 보여주면 신비감이 없어지고, 만에 하나 다른 아이들이 따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너무 지나치다? 얄밉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열정'이 있어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곳이 경시대회이고, 또 그 정도의 열정을 발휘해야 떨어져도 얻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이렇게 해서 영어 스피치 콘테스트를 한번 치르고 나면 아이의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다. 대본 준비부터 시작해 힘든 연습과정, 다른 아이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남들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정신적 부담, 이런 것을 다 이기고 마치 원어민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맘껏 뽐내며 자기 생각을 한바탕 표현해 냈을 때 느낄 수 있는 기분.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그동안 열심히 공부한 보람을 느끼고, 그리고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내용을 까먹었을 때 즉흥적으로 말을 만들어 살짝 넘어가는 여유까지도 부릴 줄 알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원희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해할 줄 안다. 6학년 때 전교 회장을 했었는데, 아이들이나 선생님이 다 쳐다보는데 떨리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애들이 나를 향해서 시선을 모으면 기분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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