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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위한 중2 사용 설명서 38화 : ‘브루나이 공화국’으로 유학 보내달라는 아이
이진아 2018-04-30 10:00:44
조회: 565 공감: 1
http://www.edupang.com/community/81973
 

  

부모를 위한 중2 사용 설명서 38화 : 

 ‘브루나이 공화국’으로 유학 보내달라는 아이

 

“아빠! 브루나이 공화국 알지?”

“뭐 어디?”
“브. 루. 나. 이. 공화국!”
“글쎄? 동남아시아에 있는 건가? 들어본 거 같기도 하고. 근데 거긴 왜?”
“나 브루나이 공화국으로 유학 보내줘. 거기 학비가 제일 싸대. 물가도 안정적이고 한국 사람이 많지 않아서 국제학교에 쉽게 들어 갈 수 있다니까. 그리고 브루나이 공화국 사람들 완전 친절하대.”  

나윤이는 홈스테이 하는 곳까지 다 알아놨다며 프린트를 뽑아 오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남편은 영문을 몰라 “얘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하며 나를 바라봤다. 며칠 전부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유학타령이라고 했더니 남편은 나윤이를 앉혔다. 갑자기 왜 유학을 가겠다는 건지, 가서 뭐 하고 싶은 게 있는지, 아니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차근차근 물었다.

“그러니까 그게… 내가 영어는 쫌 하거든? 그런데 영어 말고 다른 과목은 별로 잘하는 게 없잖아. 근데 맨날 수학, 과학 이런 거 해야 하니까 너무 힘들어. 외국은 우리나라처럼 주입식으로 안 한대. 난 애들이랑 얘기하고 돌아다니면서 뭐 알아보고 그런 걸 잘하는데 우리나라 교육은 그런 게 안 된다니까. 아무래도 난 우리나라 교육 방식이랑은 안 맞는 것 같아.”


교육 방식까지 들먹이며 거창하게 말하는 아이를 보고 남편은 껄껄 웃더니, 그런데 왜 하필 브루나이냐고 물었다. 아이는 선심이라도 쓰듯 “내가 우리 집 형편 생각해서 그렇게 한거지. 미국이나 캐나다, 뉴질랜드 이런 데는 좋긴 한데 너무 비싸대.”라고 했다. 

남편은 조곤조곤 나윤이를 설득하려고 했다. “나윤아, 너 근데 유학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꼭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야지. 너처럼 겁 많은 애가 엄마, 아빠랑 떨어져서 혼자 밥 먹고, 혼자 잠자고 할 수 있겠어? 영어도 안 되는 데서 뚜렷한 목표도 없이 어쩌려고 그래?”

“나도 그런 거 생각 안 해본 건 아닌데, 그래도 수학 공부는 진짜 하기 싫단 말이야. 맨날 가기도 싫은 수학학원 비싼 돈 내고 가야하고, 학원 다녀봤자 성적도 안 나오는데, 그러는 것보단 차라리 유학 가는 게 낫잖아.”

“너 가만 보니까 수학공부 하기 싫어서 유학가려는 거구나. 근데 이거 생각해봤어? 브루나이 아니라 전 세계 어딜 가도 수학은 다 배워. 근데 그걸 영어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봐. 그것도 토론하면서. 한국어로도 안 되는 수학을 영어로 배우는 건 더 힘들 텐데 그냥 여기서 잘해보지?” 

“아! 그건 생각 못했네. 아~~ 미치겠다. 가고 싶긴 하지만... 그럼 쫌만 더 생각해볼게.”하며 방으로 들어간다. 세상에~~ 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란 말인가. 수학공부 하기 싫어 유학간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데, 영어로 수학을 배워야 한다는 말에 포기를 고려하다니 대체 쟤가 뭐가 되려고 저러는지, 걱정이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현재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주세요

아이가 유학을 가려는 것은 현재 고민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안 된다고 딱 잘라버리기부터 하면 아이는 그런 고민을 말할 기회를 잃게 된다. 그러므로 먼저 아이가 왜 유학을 가고 싶어 하는지 마음을 열고 들어줘야 한다. 그러고 나서 부모와 자녀가 머리를 맞대고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자.

가장 위험한 것이 유학을 현실도피의 방법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학교생활이 힘들어서, 수학이 어려워서, 재미가 없어서, 유학가면 즐거운 방법으로 공부할 것 같아서와 같은 피상적인 이유로는 성공적인 유학생활을 기대하기 어렵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고 했다. 현재 싫은 것을 피해서 가더라도 그곳에도 또 다른 싫은 점을 만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현재의 문제를 피하려고만 하기보다 부딪치고 해결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스스로 답하도록 도와주자. ‘유학가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스스로 최소 5가지 이상의 명확한 답을 할 수 있도록 질문하고 대답할 시간을 주자. 그런 다음 유학을 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함께 생각해보자. 유학을 통해 뭔가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도피처로 삼거나 단순한 호기심이라면 유학은 정답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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