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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인문학자의 6.25 / 에피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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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의 삶도 역사 앞에서 특별하지 않다.모든 이의 삶은 ‘그 자신의 특별함’으로 제각기 역사와 연결된다.전쟁이 터지던 1950년 6월 25일에 시작하여 휴전 전후까지를 다룬 이 책에서는 한강을 걸어서 건너던 피난길부터 천막학교에서의 학창생활, 부산에서 시작해 동숭동으로 옮겨진 대학시절로 소용돌이 같은 시간을 옮겨가며 기록한 ‘1950년대의 연대기’이자 하늘에서 불비가 쏟아지던 혼돈의 대한민국 ‘비상시’를 지낸 아이가 20여 년 동안 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길고도 험한, 하지만 아름답고 따스한 6.25 한국 전쟁의 체험적 역사실록이다.1.‘나는 열세 살에 한탄강 철교를 기어서 건넜다.’소녀에서 여성으로 살아낸 1950년대, 무심코 지나쳐 온 6.25의 또 다른 희비극을 섬세하게 복원한다2.1950년대 폐허의 시대, 한국 지성사의 토대를 닦은 시대의 스승들과 학문을 향한 생명력이 움트던 서울대 동숭동 문리대에 대한 생생한 회상기3.‘시대의 지성’ 이어령의 동급생 연인이자 배우자로서 평생을 그의 그늘 속에 살았던 문학평론가이며 영인문학관 관장 강인숙의 사적 고백을 담은 ‘1950년대 한국전쟁과 청춘의 체험적 연대기’

Ⅰ 6.25 이야기

1. 그날 우리는 이사를 했다
* 강변으로 가는 길 …… 1950년 6월 25일
* 공중전
* 근대국
* 밤에 온 손님
2. 내 머리속의 분당리는 …… 6월 28일-7월 초순
* 정체 모를 폭발음
* 유엔군의 참전 소식
* 한강 건너기 곡예
* 남의 밭의 수박
* 정자리 전투
* 같은 말을 쓰는 적군
* 그때 내가 본 분당리는
* 그날 원효로의 플라타너스
3. 등화관제의 계절 …… 6월 25일-9월 28일
* 그 여름의 무더위
* 불타는 도시
4. 석 달마다 바뀌던 애국가
* 사흘 만에 국적이 달라지다
* 사람 숨기기
* 부역자의 그늘

Ⅱ 1.4 후퇴 …… 1951년 1월 3일-22일 서울~군산

1. 피난행로
* 한강을 걸어서 건너다 …… 1951년 1월 3일
* 디아스포라 …… 1951년 1월 4일
* 먼저 간 자들의 수난
* 소한 날 …… 1951년 1월 5일
* 오가吾可의 밤
* 피죽 한 수레
* 홍성 3제
- 질서의 의미
- 어느 이산가족의 만남
- 핸드카
* 인해전술 산조散調

Ⅲ 임시 수도 부산의 풍물지

1. 부산 점묘點描
* 비로도 치마
* 서민호 사건 …… 1952년 5월
* 마리안 앤더슨 …… 1952년 여름
* 신라의 달밤 …… 1952년 추석
* 화폐개혁 …… 1953년 2월
* 피난 보따리의 우선순위
2. 「향수동」(소설)

Ⅳ 나의 프레시맨 시절 …… 1952년

1. 구덕산 캠퍼스
* 길고 긴 방학
* 산기슭의 천막교실
2. 남녀 공학 ― 파랄렐 풀레이
3. 바다

Ⅴ 나의 동숭동 시절 …… 1953년 10월-1956년 3월

1. 하숙집의 6.25
2. 동숭동 캠퍼스
* 캠퍼스의 흐슨한 분위기
* 무슈와 마드모아젤
* 아르바이트
3. 캠퍼스 커플
* 긴 방학의 의미
* 장난감 놀이
* 50년대식 사랑법
* 글 쓰는 사람과의 동행
* 오오! 계절이여, 성이여!

Ⅵ 동숭동 시절의 문리대

1. 국문과
* 우리들의 사설 도서관정병욱 선생님
* 서구적인 외모의 신사전광용 선생님
* 패기 있는 산악인이숭녕 선생님
* 두시언해杜詩諺解와 양주동 선생님
* 일석一石 선생님 댁 세찬상
2. 불문과
3. 영문과

에필로그 흙으로 집을 짓다


저자 : 강인숙



어느 누구의 삶도 역사 앞에서 특별하지 않다.
모든 이의 삶은 ‘그 자신의 특별함’으로 제각기 역사와 연결된다.

평상시의 사람들의 삶에는 평균치가 있다. 보편적인 삶을 뒷받침 해줄 질서가 있기 때문이다. 비상시에는 그것이 없다. 사회는 파편화되고, 질서는 무너지고, 내일의 생존이 위협을 받는다. 그런 시기에는 인간은 대체로 혼자 서 있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각자가 자기만의 경험을 가지게 된다. 나는 열세 살에 한탄강 철교를 기어서 건넜다. (···) 나는 그 기간의 나만의 비상시 체험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건 파격적으로 비극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누구나 겪는 일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만이 겪는 재난도 역시 아니었다. 나의 경험은, 모든 것을 버리고 남쪽으로 오는 것을 선택한 한 무리의 사람들과 이어져 있었고, 교과서가 없어 국사를 배운 일이 없는 중학생들의 것이었으며, 전시에 사춘기를 맞는 병약하고 예민한 여자아이들과 공분모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접목되어 있었던 것이다. (프롤로그 ‘1950년대의 연대기’ 중에서)


1. ‘나는 열세 살에 한탄강 철교를 기어서 건넜다.’
소녀에서 여성으로 살아낸 1950년대,
무심코 지나쳐 온 6.25의 또 다른 희비극을 섬세하게 복원한다

“우리는 전쟁터의 그 꽃나무들과 비슷했다. 너무 일찍 철이 들어서,
제대로 어른이 되지도 못하여 정신적인 기형아가 되어 버린 아이들.
사춘기를 조기 졸업해서 우리에게는 아직도 그 후유증이 남아 있다.”

2. 1950년대 폐허의 시대, 한국 지성사의 토대를 닦은 시대의 스승들과
학문을 향한 생명력이 움트던 서울대 동숭동 문리대에 대한 생생한 회상기

“폐허의 돌더미 위에서 젊음을 맞이한 세대······. (···)
달이나 바람을 노래한 시, 자연의 품에서 유유자적 하는 신선 같은 경지를 읊은 시들은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 먼 곳에 있었다.
우리는 하늘에서 불비가 쏟아져 내리는데 도망갈 장소도, 몸을 숨길 동굴도 찾지 못한 폼페이의 주민들이었다.
그래서 절망 속에서 각혈을 하듯이 뱉어지는 절규 같은 시가 아니면 공감을 할 수 없었다.”

피난을 가다가 들른 빈 집에서 ‘책 도적질’을 하며 닥치는 대로 읽고, 등화관제를 피해 어둠 속에서 글을 읽다가 눈을 다 버린 세대, 그들이 1950년대 학생들이다. 목숨을 부지하기 급급한 일촉즉발의 시간 속에서도 학문에 목마른 학생들은 손으로 받아 적으며 교재를 만들고 오매불망 책 대여 순번을 기다렸다.
메마른 토양 위에서 지적 여정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캠퍼스의 선생님들은 샘물과 같았다. 한국 지성사에 길이 남는 대학자들이 사제간에 나누었던 깊은 정과 교류, 인간적 면모를 느낄 수 있는 둥숭동에서의 에피소드들은 폐허 속에서 우리 학문의 토대를 다지던 모습을 불러 일으킨다.
공부할 거리를 찾아 헤매던 학생들에게 사설 도서관이 되어준 정병욱 선생님부터 현대국어학의 개척자 이숭녕 선생님, 자유로운 천재 양주동 선생님, 『꺼삐딴 리』 전광용 선생님, 불문과의 손우성, 김붕구 선생님, 영문과의 고석구, 이양하 선생님······. 책의 후반부에서는 60여 년이라는 세월을 거쳐 거듭 진보해온 한국 지성의 발판이자 시작이었던 흑백사진 속 선생님들을 지금 이 자리로 생생히 모셔온다.

3. ‘시대의 지성’ 이어령의 동급생 연인이자 배우자로서
평생을 그의 그늘 속에 살았던 문학평론가이며 영인문학관 관장 강인숙의
사적 고백을 담은 ‘1950년대 한국전쟁과 청춘의 체험적 연대기’

“그는 그날 내게 처음으로 편지를 썼다. “30도의 술에 취하여 이 글을 쓰오”로 시작된 편지는
끝에 가서 ‘작품을 드립니다. 곧 보시고 돌려주십시오‘라는 깍듯한 사무적인 이야기로 맺어지고 있는데도,
웬일인지 무언가 사무치게 절실한 것이 전해져 왔다. 외로움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 고독이 그를 내게 접근시켰다. (···)
“그가 마신 두 잔 술에 나는 아직도 취해 있는 것 같다”는 글을 3일 후의 일기에 쓴 생각이 난다.”

강인숙이라는 이름은 그동안 많이 가려졌었다. 자신 스스로도 충줄한 에세이스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국내 대표 문학박물관인 영인문학관 관장을 지내고 있지만 ‘시대의 지성’이라는 남편 이어령이라는 빛나는 태양의 뒤 켠에서 거의 평생을 보냈다. 이 책은 이어령과 서울대 국문과 동급생에서 연인, 그리고 평생의 반려자로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남편의 뒤에 가려져 있던 저자가 지금까지 내놓았던 저서들 중 가장 솔직한 사적 고백을 담은 ‘강인숙 에세이’의 정수이자 6.25 한국 전쟁의 체험적 역사실록이다.

전쟁이 터지던 1950년 6월 25일에 시작하여 휴전 전후까지를 다룬 이 책에서는 한강을 걸어서 건너던 피난길부터 천막학교에서의 학창생활, 부산에서 시작해 동숭동으로 옮겨진 대학시절로 소용돌이 같은 시간을 옮겨가며 기록한 ‘1950년대의 연대기’이자 하늘에서 불비가 쏟아지던 혼돈의 대한민국 ‘비상시’를 지낸 아이가 20여 년 동안 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길고도 험한, 하지만 아름답고 따스한 마지막 통과제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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