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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담] 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 : 967일, 낯선 여행길에서 만난 세상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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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담] 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 : 967일, 낯선 여행길에서 만난 세상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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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친구를 만나는 것, 나를 만나는 것!

사막. 길. 세계일주. 여행자……. 오랫동안 이 꿈의 단어들을 가슴에 품었던 부부가 있다. 결혼한 지 10년이 되던 해, 서른 중반의 나이에 접어든 부부는 전셋돈을 찾아 배낭을 꾸리고 길로 나섰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은 하루에 하루, 1년에 1년이 더해져 967일, 2년 8개월이라는 오랜 시간이 되었고, 길 위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이 부부 여행자의 소중한 친구가 되었으며 이 친구들이야말로 오랜 여행에서 가장 값진 선물로 남았다.

처음에는 1년 남짓 예상하고 떠났던 여행이 길어진 것은, 무엇보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이었다. 비록 언어가 달라도 눈빛과 미소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진심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 이 부부 여행자는 어디에 가서나 그곳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

이들은 루마니아 동네 미용사에게 머리를 맡기고 노르웨이 노부부에게 김치를 대접했으며 캐나다 버스 운전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지진으로 폐허가 된 이란의 한 마을에서, 폭설로 고립된 볼리비아 소금사막에서, 아프리카의 외진 마을에서도 부부 여행자는 자신들의 것과 다르지 않은 삶의 향기와 희망을 발견한다. 전체컬러.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
이 책은 부부 여행자가 '낯선 곳에서 만난 낯익은 삶'에 대한 특별한 기록으로, 인도의 인력거꾼, 아프리카의 택시 운전사, 독일의 형사, 네팔의 순박한 아기 엄마 등 세계 47개국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살아보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묶었다. 이 책에서 만나는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의 평범하면서 따뜻하고 소박한 이야기는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 잊고 있던 오래전 꿈을 기억해내도록 도와준다.

저자 : 김향미

김향미와 양학용은 각각 고려대학교 독문학과와 불문학과에 입학했으나 강의실보다는 거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린 시절 김향미는 지리부도를 펼쳐두고 수도 이름 맞히기를 할 때면 그곳에서 어떤 사람들이 무얼 먹고사는지 궁금해 했고 양학용은 철로 끝으로 사라지던 기차를 보며 ‘은하철도 999’의 철이처럼 지구별 여행자가 되고 싶었다. 대학 기독동아리에서 만난 두 사람은 1994년에 결혼하며 ‘꿈을 찾아가는 동지’로 살아갈 것을 약속했다. 끓일수록 맛이 더하는 곰국 같은 남편과 언제 먹어도 신선한 야채비빔밥 같은 아내는 결혼 10년을 맞아, 전셋돈을 모두 들고 배낭을 꾸렸다. 로키 산맥에서 트래킹을 하고 홍해에서는 스쿠버다이빙을 배웠으며 중고차를 사서 5개월 동안 유럽을 돌았다. 캐나다에서 4개월 동안 식당에서 일하며 영어를, 볼리비아에서는 스페인어를 배웠다. 비행기와 여객선과 열차와 중고차로 47개국을 967일 간 머무는 여행을 하고 돌아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다. 지금은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하는 한편, 농촌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명과 평화의 삶을 나누며 ‘아이들을 위한 여행학교’를 운영하겠다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들어가는 말- 마법에 걸린 여행자, 길 위에 서다

ROAD 1:설렘의 길
먼저 앉는 놈이 임자라고? 중국 기차 삼등칸의 사람들
나마스테,안나푸르나! 네팔 탄촉 마을의 아기 엄마 푸르나
HYANGMI's DIARY 중국 리강
너희 릭샤왈라는 몽땅 다 사기꾼이야 인도 아그라의 늙은 릭샤왈라
드라큘라 백작 마누라 같으니라고! 루마니아 국경 마을의 인터내셔널 미용사
바이킹을 위한 '김치 담그는 법' 스칸디나비아의 늙은 바이킹 안과 아이다
한국 사람들이 이란 사람 잡네 이란 밤에서 만난 친구들
아무도 이 도시를 빠져나갈 수 없다 페루 푸노의 티티카카 사람들
TRAVEL TIP 또다른 세상으로 가는 관문
TRAVEL TIP 장기여행자의 배낭 이야기

ROAD 2:만남의 길
신의 실수는 미국을 이웃나라로 만든 것 멕시코시티의 기예르모 가족
남자들은 다 똑같다니까! 헝가리 파폭에서 만난 빈의 아티스트 라인홀트
볼리비아노에게 길을 묻지 말 것 볼리비아 코차밤바의 스페인어 개인교사 안나
일곱 개 나라 이민자들이 일하는 식당 벤쿠버에 사는 아프가니스탄 두 자매의 꿈
낯선 곳에서 진행된'이방인 배달 작전' 이란 샤베 마을의 베흐루즈 가족
HYANGMI's DIARY 이란 야즈드
소금사막에서의 고립과 생존 그리고 탈출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동지들1
소금사막에서 '피케팅'을 하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동지들2
HYANGMI's DIARY 볼리비아 코파카바나
TRAVEL TIP 짜증나지만 재미난 비자 받기
TRAVEL TIP 나는 전생에 유목인이었을까?

ROAD 3:길 안의 길
그놈의 엘도라도만 아니었어도! 페루 쿠스코의 아리랑 식당 남사장님
별 다섯 개 호텔에 볼일 보러 가자 열한 살 꼬마 여행자의 눈으로 본 유럽
HYANGMI's DIARY 독일 괴팅겐
이 세상 끝에서 무엇이 시작되는 걸까? 아르헨티나 땅끈에 사는 한국 사람들
꼬마 여행자,아프리카에 가다 탄자니아 콜라도로의 마마 리와 꼬마 여행자
다른 사람들이 행복하다면 나는 괜찮아 혜루살렘의 천사 영생 아저씨
TRAVEL TIP 김치와 치즈와 대결
TRAVEL TIP 내 생애 최고의 호텔

ROAD 4:그리움의 길
넌 독재자가 굶어죽을 것 같니? 짐바브웨 하라레의 수상한 사람들
HYANGMI's DIARY 탄자니아-잠비아 기차 안에서
이집트에는 '삐끼'양성 전문학교가 있다? 이집트 아스완의 삐끼들
한 뼘의 자유를 위하여! 베트남 달랏의 응구엔 티 호아
당나귀 탄 기수의 평화 콘서트 파키스탄 퀘타에서 만난 일본인 여행자 시사토
사파티스타를 찾아간 하루 멕시코 오벤틱의 얼굴 없는 사람들
예수도 브라질에 오면 물라토가 된다? 브라질 살바도르의 페르난도
사람이 사람을 아는 일 캐나다 밴쿠버의 버스 운전사
동양인 부부를 보면 즉시 신고할 것 베를린의 마약 전담반 형사 알렉스와 낸시
기차는 고단하지만 따뜻한 삶을 싣고 달린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사람들
TRAVEL TIP 여행 경로
TRAVEL TIP 여행 경비

여행자의 시간은 압축적이라서 한 번의 여행에서 한 번의 삶을 산다고 했던가. 아내와 나는 평생 만날 사람들을 만나 평생 받을 사랑을 받고 평생 아파할 이별을 하며 매일매일 길 위에 서 있었다.
세상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일하고 노래하며 시를 쓰며, 제각기 크고 작은 삶의 무게를 지고서 때로는 울고 웃으며 고단하고도 따뜻한 삶을 끌어안고 있었다. 우리는 피부색과 언어와 국적이 다른 사람들의 삶 속에서 ‘나와 우리의 삶’을 발견하고는 묘한 연대감에 눈시울을 적셔야 했다. 또 어떤 만남은 그들 삶 속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그 순간 평범했던 도시는 매력적이고도 성스러운 나의 도시도 변했다. 마법 같은 일이었다. 지저분하고 우울하며 한없이 낯설게만 굴었던 도시가 한순간에 따뜻한 백열등을 밝히고 여행자를 향해 가슴을 내밀었다.
―〈들어가는 말_마법에 걸린 여행자, 길 위에서 서다〉중에서(본문 8쪽)

차도르에서 지낸 지 4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날도 동네 짱 모흐센은 온종일 동네 청년들을 모아놓고 해시시(마약 종류)를 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는 지진으로 발목을 다치기 전만 해도 정육점 사장이었다. 나디아의 말처럼 사람들이 할 일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학용! 해시시 굿! 컴 온!”
천막 문을 들쳐보면 언제나 그는 꿈을 꾸는 듯한 얼굴로 배시시 웃으며 내게 소리쳤다. 우리가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그때 아내가 식사 한 끼라도 우리가 준비해 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물론 상수씨도 찬성이었다. 메뉴는 닭볶음탕으로 정했다.
“한국인의 매운맛을 보여주리라!”
이른 저녁시간, 차도르는 벌써 동네 사람들로 가득 찼다. 아내는 보약처럼 아껴 먹던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듬뿍 넣었다. 난생처음 보는 시뻘건 요리에 호기심이 넘친 사람들의 눈동자가 마구 굴러다녔다.
마침내 시식 시간. 먼저 한 입 맛본 나디아가 놀라서 소리쳤다.
“와우! 너희들 지금 이란인들을 다 죽이려는 거지!?”
모흐센은 매워 눈물까지 흘리면서도 동네 대장답게 “향미, 굿!” 하며 씩씩한 목소리로 엄지손가락을 세웠고, 알리는 강아지처럼 혀를 내밀고 “하아! 하아!” 뻘뻘 땀을 흘리면서도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착한 사람들. 눈물, 콧물을 찍어내며 연신 웃고 있는 그들이 고마웠다. 한국의 매운맛이 그들의 지루한 일상에 자극이 되고, 오늘 흘린 눈물이 그들 상처에 새살을 돋게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우리도 즐거웠다.
떠나는 날이었다. 나디아가 한 달만 더 머물다 가라고 했다. 첫날 뭔가 할 일이 있을까 해서 여기에 왔다고 하지 않았느냐, 너희들의 할 일은 우리들과 함께 노는 거다, 아이들의 얼굴이 더 밝아진 건 너희들 때문이라고, 그녀는 우리 발길을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나그네란 언젠가는 떠나기 마련. 우리는 작별인사를 했다.
“너희들이 오랫동안 그리울 거야! 우리 이다음에 다시 만나자!”
―〈한국 사람들이 이란 사람 잡네〉중에서(본문 80~83쪽)

그때 아내가 한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시사토! 너 가수라고 했지? 평화 콘서트를 여는 거야!”
그날 저녁, 우리 네 사람은 ‘호텔 감옥’ 잔디 마당에서 작은 콘서트를 열었다. 시사토는 런던이나 시드니 등지의 레스토랑에서 노래를 부르고, 돈이 얼마 모이면 떠나는 식으로 3년 6개월 동안 기타 하나 들고 세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는 친구였다.
그의 기타 선율이 흐르자 마당에 드리워진 회색 밤공기에 가녀린 파문이 일었다. 구슬프면서도 감미로운 그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내 심장을 파고들었다. 분명 처음 듣는 일본 노래인데 이 친숙한 느낌은 뭘까? 그가 하모니카를 입에 물었다.
‘아, 김광석이다.’
그의 목소리는 아내와 내가 좋아하는 김광석의 목소리를 그대로 닮아 있었다. 첫 곡이 끝나고 두 번째 노래가 시작되자 2층 난간에 서서 침울한 표정으로 바라만 보던 사람들이 하나둘 마당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닫혔던 방문이 열리고 처음 보는 사람들도 고개를 내밀었다. 사람들을 불러내고 모이게 하는 노래의 힘. 어느새 마당은 정말 멋진 콘서트장이 되어갔다. 더러는 잔디에 앉고 더러는 팔짱을 끼고 섰다. 그때였다.
“비틀스 노래도 불러줄 수 있어요?”
조금 전 우리에게 무안을 주었던 덩치 크고 까무잡잡한 아저씨, 무함마드다. 시사토가 응답을 하고 〈예스터데이〉를 부르자 사람들이 흥얼거리며 따라 하기 시작했다. 찌릿 하고 고압 전류 같은 것이 팔다리를 타고 내 온 몸으로 스며든다. 팔뚝에 소름까지 돋아났다.
언어가 다르고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한 곡의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은 강렬한 기쁨이었다. 노래가 끝났다. 내가 재빨리 모자를 벗어 관람료를 받는 시늉을 했다.
“와하하하!”
이틀 만에 처음으로 ‘무슬림 호텔’ 감옥에서 총성 대신 시원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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