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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담] 사랑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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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문화평론가인 조병준의 여행 에세이집. 1999년 출간된 <길에서 만나다>의 개정증보판으로 여행길에 오른 그가 길과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생생한 사진과 재치있는 입담으로 엮었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저자가 삼십대의 어느 날, '인생에 굴복하기 시작한 사내의 얼굴'을 거울에서 발견하고, 미련 없이 길을 떠나면서 여행이 시작된다. 인도 캘커타의 '마더 테레사 집'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그리고 파리, 런던, 스페인, 히말라야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행복하면서 아팠던, 슬프면서 아름다운 시절의 기록들을 잔잔하게 그려낸다.

총5부로 나누어진 이 책은 안정과 안락과 안심을 버리고 모험을 선택해 삶을 우연에 내맡기며 자유롭게 사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애정어린 시선으로 담겨져 있다. 또한 수영도 할 줄 모르면서 히말라야 계곡의 급류를 내려가는 래프팅 보트에 올라타고, 델리에서 버스비 5원을 가지고 차장과 30분 동안 싸우며, 아침 10시에 만나 6시에 헤어져야 했던 여자 여행자를 따라 서울행 비행기표를 포기하고 싶었던 저자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다.

저자 : 조병준

<지은이> 조병준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방송개발원 연구원, 광고 프로덕션 조감독, 자유기고가, 극단 기획자, 방송 구성작가, 대학 강사, 번역자 등 여러 직업을 거쳐 1992년 「세계의 문학」가을호(통권65호)에 '평화의 잠'등 3편의 시로 등단했다. 1993년 말부터 1995년까지, 또 1997년 8월부터 1998년 1월까지 인도와 유럽 등지를 여행했고, 그 사이 세 번에 걸쳐 약 12개월 간 인도 캘커타의 '마더 테레사의 집'에서 자원봉사자 생활을 경험하기도 했다. 1995년 말부터 여러 매체를 통해 문화에 관한 글을 집중적으로 발표했고 『유나바머』『영화, 그 비밀의 언어』등의 책을 번역했다. 지은 책으로는『오후 4시의 평화 :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나를 미치게 하는 바다』등이 있다.

추천사/ 내게는 거울 같은 사람_ 김창완

1. 낯선 길로 떠나다
그 푸른 저녁의 기억
낯선 길로 떠나다
챠오! 브라더
황혼의 순례자
잊을 수 없는 아침식사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서커스

2. 아름다운 인연
나와 함께 자전거를 탈 사람
알래스카의 순결한 영혼, 모건
메르세데스와 함께 멋진 춤을!
꼬모 호숫가의 두 친구
리베라의 넉넉한 털보 아저씨, 죠바니
가브리엘, 사하, 조은샘

3. 때로는 길을 잃어도 좋다
추억에 바치는 장미
강물은 경계를 지우려고 흐른다
검은 숲에서 길을 잃다
안개 속의 풍경
안달루시아, 황무지의 꿈

4. 슬픔도 빛이 된다
파란 하늘을 만나러 가자
히말라야에서 빛을 보았다
마음에 핀 꽃 한 송이
카슈미르에 사랑과 평화를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날다

5. 길 끝난 곳의 길, 사랑 떠난 자리의 사랑
사막으로의 초대
흘러가게 내버려두라
슬픈 구도자
위대한 사랑의 힘
붉은 노을
바람이 부르는 노래
나와 함께 잠시 놀다 가렴
여행이 내게 준 선물

작가의 말/ 불친절한 인생, 친절한 길

청춘의 꿈을 향해 보내는 자유로운 영혼의 편지

조병준 시인의 여행산문집 『사랑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가 예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자유로운 사유의 흐름을 좇는 시적 에세이의 형식에, 인생의 의미를 찾아 떠도는 화자의 경험과 내적 성찰을 길과 여행에 비유하여 구성했다. 특히 십수년간 작가가 세계 각지를 떠돌며 포착해낸 전문가 수준의 사진들은 이 책을 기다려온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가장 훌륭한 선물로 저자 특유의 자유로운 감성과 시적 서정이 아름답게 흐른다.
이 책은 단순히 여행을 권유한다거나 여행지의 감상만을 나열하는 산문집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현실에 내주었던 청춘의 꿈과 열정을 중년이 된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여행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있는 작가의 자전적 고백이며 동시대 청춘들에게 보내는 가슴 따뜻한 편지이다.
왜 길을 떠나야 했는가. 왜 그토록 떠나고 싶은 욕구에 시달리며 문을 박차고 나와 낯선 길을 향해 떠돌아야 했는가. 때로는 남들에게 지나친 이상주의자, 낭만주의자로 오인 받으면서도 불친절한 인생에서 1%의 순수성을 찾기 위해 다시금 짐을 꾸리곤 했던 작가는 숙명과도 같았던 떠돎의 이유에 대해 시적 언어와 사진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별히 부제로 서른 청춘이 언급된 것은 작가 자신이 삶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던 시기이기도 하거니와 서른이라는 경계가 함축하고 있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삼십대. 청춘의 꿈을 접고 비로소 냉혹한 현실의 세계로 진입하는 시기, 제2의 사춘기적 열병을 앓게 된다는 그 시기의 독자들에게 애틋한 연민을 갖고 있기에 작가는 누구보다도 그들의 감성과 꿈에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싶다는 것이다.


새로운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시인, 번역가, 문화평론가 등 그의 직업을 지칭할 수 있는 말은 많다. 실제로 그는 이 밖에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직업들을 거쳤다. 하지만 그에게 직업이란 현실의 밥벌이라기보다는 여행을 떠나기 위해 인생에 제공한 타협의 장치였다. 누군들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떠나고 싶지 않겠는가. 다만 현실의 삶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명제와 안온한 일상에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 뿐이다.
작가 역시 대한민국 사내들의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한 수순을 밟았다. 시인이나 여행가 같은 유년 시절의 꿈은 그야말로 책상 서랍 속의 일기장처럼 덮어버린 채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한 정규교육을 받았고, 넥타이와 재킷 차림에 서류가방을 들고 출근부에 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적어도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 그는 대한민국과 서울이 요구하는 유일한 삶의 방식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하지만 타고난 역마살 때문이었을까? 나인 투 식스의 일상 속에 삶의 모든 가능성들을 포기해 버리기엔 청춘이 아까웠고, 이대로 인생이 끝나버릴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숨이 막혔다. 숨을 쉬기 위해선 잠시라도 떠나야 했다.
그렇게 직장을 때려치우고 시작된 첫 여행. 잠시 숨을 고르고 돌아와 서울 사내의 일상에 제대로 편입하리라 결심했던 첫 여행은 오히려 그의 코에 꿰어 있던 고삐마저 풀어내고 말았다. 여정의 갈피마다 아름다운 인연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미래를 잠시 잊어버리고 현재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 안정과 안락을 버리고 모험을 선택한 사람들, 삶을 계획이 아니라 우연에 내맡기는 사람들, 정거장에서 눈웃음 한 번 교환했다는 이유로 친구가 될 만큼 순진한 사람들이 그 길에 있었다. 또한 그 길에는 자신이 몰랐던 또 다른 모습의 조병준이 있었다. 제도와 규율 속에 숨죽이고 있던 열정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자아를 만나면서 그는 삶의 다양한 방식과 가능성들에 운명을 맡기기로 결심했다. 그때부터 ‘여행을 꿈꾸며 살아가는 삶’은 시작되었고, 어찌 보면 무모할지 모르는 길 위의 인생을 걸어 나갔다.


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인연, 그리고 사랑의 시

특히 그의 삶에 지표를 바꿔준 계기는 인도 캘커타 <마더 테레사의 집>에서의 자원봉사활동을 경험하면서부터였다. 고달프고 힘겹고 슬펐지만 순수한 영혼들과의 만남과 우정을 통해 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인생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축복과도 같았던 그 시절의 경험은 그로 하여금 글을 쓰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들었다. 잰 체하는 지식인의 문학이나 여행에의 환상을 심어주는 글들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육화된 서정과 진정성 가득한 사유로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만들어냈다. 쉽고도 편안하게 속삭이는 듯한 문체로 독자의 가슴에 친근하게 다가가는 그의 글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고, 지금까지도 조병준의 열혈 독자를 생산해내고 있다.
그의 글에서는 언제나 사람 냄새가 가득하다. 낯선 곳에서 스치듯 지나가버린 만남일지라도 그에겐 귀중한 생의 인연으로 자리잡는다.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그토록 여리고 섬세하고 따뜻하다. 그래서 아쉽게 지나간 인연들에 가슴 아파하며 그들을 위한 시를 쓰고 사진을 찍고 노래를 부르며 잊지 못할 기억의 문신을 새겨놓는다. 국적, 나이, 성별을 막론하고 친구가 되어 한 가족처럼 진한 사랑을 나눈 인도 캘커타의 사람들, 샨티니케탄의 방랑하는 댄서, 유럽 횡단 열차에서 만난 청년, 아비뇽의 가난한 집시 서커스단, 안달루시아의 고요한 황무지를 물들인 색다른 인연, 태국에서 실팔찌를 나누며 사랑의 감정을 공유했던 여인……. 어찌 보면 평범할 수도 있는 인연이지만, 삶의 매 순간마다 진심과 성의를 다하는 작가의 마음이 사람들과 그들을 둘러싼 풍광을 아름답게 물들이기에 길 위의 만남은 빛이 되고 희망으로 다가온다.
『사랑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는 자유로운 영혼의 시인이 현대 도시인과 청춘들에게 전하는 맑고 깨끗한 거울이다. 그 안에는 우리가 잊었던 소년 시절의 꿈이 흐르고, 서투른 사랑의 고백도 담겨 있다. 현실의 삶에 갈등하는 직장인인 내가 있고, 과감히 일상을 벗어나 바람처럼 떠돌고 싶어하는 내가 숨 쉬고 있다.
깨질 듯이 투명한 하늘과 타오르는 구름의 향연, 세상의 경계를 지우며 고요히 흐르는 강물, 노을이 흩어지고 어둠이 내리던 쓸쓸한 길, 별들의 숨소리만이 들릴 것 같던 사막에서의 꿈들……. 일상의 우리가 감히 만나고 싶었던 꿈같은 풍광과 함께 흐르는 따뜻하고 서정미 가득한 이야기들 속에서 독자들은 각자의 삶이 준비해 둔 또 다른 가능성과 인연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길을 향하여 영원히 꺼지지 않을 청춘의 발자국을 내딛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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