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카짱』은 일본 홋카이도의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의 이야기로, 50년 삶의 산전수전만을 바탕으로 자신의 실제 경험을 솔직하게 써 내려간 책입니다. 우리 엄마들의 모습과 훌륭한 선생님, 그리고 기적 같은 성장을 이뤄 낸 아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끝날 때까지 글도 모르고, 덧셈 뺄셈도 못하고, 자기 이름도 제대로 못썼던 카짱. 그런 카 짱 때문에 엄마의 치맛자락에는 눈물 자국이 마를 날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해 봄방학 때 전학 간 학교에서 카짱은 모리타 선생님을 만나고, '2주간의 특별수업'을 통해 인생이 송두리째 달라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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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니시카와 츠카사
1958년 홋카이도에서 태어났다. 대학 중퇴 후 미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를 여행하였다. 귀국 한 뒤 일본방송의 〈밤의 드라마하우스〉 각본 공모에 당선되어 방송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라디오, 텔레비전의 각본 구성, 만화 원작, 동화, 소설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해바라기 카 짱』과 더불어 청소년 시절의 방황과 고뇌를 실감나게 그린 성장소설 『청춘』이 있다. |
“빨리 대답하라니까!”
어머니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험악한 투로 말했다. 그래도 대답을 못하자 어머니는 왼손에 들고 있던 잣대를 천천히 오른손으로 바꿔 쥐었다.
찰싹―!
어머니는 카 짱의 반바지 밖으로 나온 허벅지를 때렸다.
“아야얏!”
카 짱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비명을 올렸다. 하지만 어머니의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이걸 왜 몰라! 어째서 너는 그렇게 팔푼이냔 말이야!”
팔푼이라는 건 어딘지 좀 모자라다는 뜻으로 바보보다는 약간 나은 말이라고나 할까.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못한다는 뜻일 것이다.
“몇 번을 가르쳐줘야 알겠어, 이 바보야!”
찰싹, 찰싹, 찰싹!
어머니는 무시무시한 얼굴로 대나무 잣대를 카 짱의 양쪽 허벅지에 가차없이 내리쳤다. 카 짱은 그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한여름 뜨거운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어갈 때처럼 왼발 오른발을 번갈아 깡충깡충 뛰었다. 양쪽 허벅지에는 지렁이가 기어간 듯한 자국이 생기고 정말로 아팠지만, 카 짱은 울지 않았다.
이제는 익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매를 맞을 때는 카 짱보다 어머니가 더 괴로운 얼굴을 하며 울었기 때문에 울 기회마저 잃어버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때리기에도 지쳤는지, 아니면 그제야 좀 정신이 돌아왔는지, 어머니는 발판에서 내려와 카 짱의 어깨에 두 손을 얹었다.
“잘 들어, 츠카사. 공부를 안 하면 진짜로 바보가 돼. 그러면 두고두고 살기 힘들어지니까 엄마가 이렇게 엄하게 하는 거야, 알겠어?”
어머니는 또다시 앞치마로 눈물을 훔치며 애가 타는 듯 말했다.
“응…….”
카 짱도 항상 하던 대로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공부를 못하면 어째서 살기 힘들어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카 짱이 가장 좋아하는 외할머니는 글자도 못 읽고 산수도 못하지만 살기가 힘든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에 한 번 그런 얘기를 했다가,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리만 골라 하냐며 된통 꾸지람을 듣고 호되게 두들겨 맞았다. 그래서 카 짱은 어머니가 하는 말에는 대꾸하지 않도록 매번 조심했다.
“츠카사, 제발 엄마 말 좀 들어. 네가 해바라기 반에 들어가면 아버지나 엄마는 동네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돼. 도저히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단 말이야.”
그제야 카 짱은 어머니가 이토 선생님 앞에서 왜 그렇게 엉엉 울었는지 그제야 알게 되었다.
12-14p.
“그렇겠지. 글씨를 모르면 만화나 책도 못 읽고 편지도 못 써. 산수를 못하면 물건을 사러 갔는데 거스름돈을 슬쩍 속여도 아무것도 모르겠지? 자, 그러면 우선 어디까지 모르는지 선생님한테 알려줄래? 어디 보자, 이건 알고 있을까?”
모리타 선생님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칠판에 다가가 분필로 ‘1+1= ’이라고 쓴 뒤 카 짱을 돌아보았다. 카 짱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 이거에다 이것을 더하면 얼마가 되지?”
선생님은 오른손 둘째손가락을 먼저 내밀고, 그 다음에는 왼손 둘째손가락을 내밀었다.
“2…….”
카 짱이 대답하자 모리타 선생님은 얼굴이 환해졌다.
“뭐야, 잘하는데? 그러면 칠판에 답을 한번 써 봐.”
그렇게, 몹시 기쁘다는 듯이 말하고 분필을 내밀었다. 카 짱은 분필을 받아들고 11이라고 썼다. 뭘 제대로 알고 쓴 게 아니었다. 갑자기 써 보라고 하니까 얼결에 그렇게 쓴 것이었다.
“아하, 그렇군!”
모리타 선생님은 감탄했다는 듯한 소리를 내며 말했다.
“분명 1에다가 1을 더하면 그렇게 되지. 하지만 카 짱, 이렇게 쓰면 십일이라고 읽는 거 아닐까?”
카 짱은 틀렸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지우려고 했다. 하지만 모리타 선생님은 카 짱의 손을 잡았다.
“아, 잠깐. 지우지 않아도 돼.”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칠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 짱은 이제는 틀렸다 하고 내심 포기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말했다.
“지금 막 생각이 났는데, 이렇게 하면 2가 되잖아?”
그리고 11의 위아래에 가로선을 그어 Ⅱ를 만들었다.
“이거 봐, 이것도 2야. 하지만 이건 로마숫자라는 거야. 본 적이 있니?”
카 짱은 어머니에게 매를 맞으며 배웠던 벽시계가 생각났다.
“본 적 있어요. 옛날 집에 있었던 벽시계에 그런 숫자가 있었어요.”
그 벽시계는 너무 오래 되어 자꾸 시간이 틀리는 바람에 이사할 때 버리고 왔다.
“그렇구나. 그러면 로마숫자가 아니라 보통 숫자로 답을 한번 써 볼까?”
카 짱은 ‘내가 바보인 줄 아나?’ 생각했지만 입 밖에는 내지 않고 Ⅱ를 지운 다음에 2라고 썼다.
“그렇지, 그렇지! 1과 1은 로마숫자가 아니니까 똑같이 아라비아숫자인 2라고 쓰는 게 좋겠지? 카 짱, 산수를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닌데? 자, 그러면 이건?”
선생님은 방금 쓴 덧셈을 지우고 새로 1+2= 이라고 썼다. 카 짱은 오른손과 왼손의 손가락을 사용하여 헤아려본 뒤에 3이라고 썼다.
“정답! 카 짱, 이렇게 잘하는데 산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