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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샤리바리 : 성 일탈과 공동체 위기, 그리고 민중의 응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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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샤리바리 : 성 일탈과 공동체 위기, 그리고 민중의 응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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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리바리』는 고문헌부터 다양한 회화 작품, 현대의 영화 자료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샤리바리라는 특별한 민중 문화를 분석하고 그 속의 상징과 의미를 현대의 민중 앞에 펼쳐 낸다. 샤리바리는 ‘성(性), 정치, 경제, 종교 등과 관련해서 공동체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가 생겼을 때 이것을 소란과 조롱, 폭력 등으로 처벌하는 유럽의 민중적 관행’을 뜻한다.

저자 : 윤선자

저자 윤선자는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 논문인 「프랑스 대혁명기(1789~1799)의 민중 축제와 엘리트 축제에 관한 연구」를 비롯하여 「근대 초 도시에서의 샤리바리 의례의 진화와 교회의 비난: 신화의 해체?」, 「르네상스 시기 디종 <메르 폴>의 상징과 담론: 광기를 중심으로」, 「루이 11세와 샤를 8세의 입성식에 나타난 스펙터클, 상징, 알레고리: 중세 말의 <권력 센터>」, 「앙리 2세의 입성식과 근대 초의 왕권 표현: 리옹(1548), 파리(1549), 루앙(1550)」 등 근대 유럽의 축제와 의례, 민중 문화, 상징과 권력 등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지은 책으로는 『축제의 문화사』, 『축제의 정치사』, 『이야기 프랑스사』 등이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역사연구소 연구 교수로 재직 중이고, 고려대학교, 충북대학교, 순천향대학교 등에서 서양의 문화와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프롤로그

1부 상징과 규범으로서의 샤리바리
1장 샤리바리의 신화와 전설, 기독교의 영향
1. 켄타우로스와 판, 그리고 늑대 인간 | 2. 케르눈노스의 뿔 | 3. 오딘 숭배 | 4. 유령 사냥과 기독교화 | 5. 종교극: 헤롯 왕과 요셉
2장 『로망 드 포벨』을 통해 본 샤리바리의 상징과 의미
1. 소란 | 2. 마스크와 변장 | 3. 기물 파괴와 폭력 | 4. 아주아드 | 5. 외설 | 6. 형벌의 수레 | 7. 금전적 지불
3장 성 일탈을 응징하는 샤리바리
1. 근친상간, 간통, 재혼 | 2. 공동체의 해체 | 3. 샤리바리의 이중적 기능: 응징과 통합
4장 태어나야 할 아이, 태어나서는 안 될 아이
1. 사생아의 유괴 | 2. 사생아의 출생을 막다 | 3. 태어날 아이를 위한 세레나데

2부 역동적 문화로서의 샤리바리
5장 샤리바리의 주체
1. 청년들의 권리와 놀이 | 2. 도시의 즐거운 협회
6장 프랑스의 샤리바리
1. 성 규범을 침해한 짐승과 야만인 | 2. 공처가 샤리바리와 샤리바리의 정치화 | 3. 17~18세기의 <샤리바리적인 폭력> | 4. 샤리바리와 혁명의 결합 | 5. 19세기 <정치적 샤리바리>의 발전 | 부록: 『카데투의 재혼』
7장 영국의 샤리바리
1. 영국 샤리바리의 특징 | 2. 사냥꾼 헌 | 3. 스키밍턴 | 4. 레베카 폭동 | 5. 북미 대륙의 샤리바리
8장 독일의 샤리바리
1. 유령 사냥 | 2. 바이에른의 <귀리밭의 추적> | 3. 오딘과 히틀러
9장 샤리바리에 대한 억압
1. 교회의 억압: 신성 모독과 미신 | 2. 부르주아의 억압: 사적 소유권과 사생활 | 3. 국가의 억압: 폭력의 일원화

에필로그

이웃들이 괴성을 지르며 몰려와 문을 부수고 오물을 던진다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곧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인 클리퍼드 기어츠는 문화를 ‘의미와 상징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체계’로 보았다. 문화는 ‘상징으로 나타나는, 역사적으로 전승된 의미의 시스템’이며, 더 나아가 그 의미가 공적ㆍ사회적으로 소통되어 나타나는 하나의 행위라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에른스트 카시러는 상징이 인간 행동을 결정한다는 기어츠의 주장에서 더 나아가, 상징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상징체계에 의해 규정되는 인간의 본질을 지적하며 인간을 호모 심볼릭, 즉 상징적 인간이라고 정의한다.
중세 유럽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샤리바리라는 독특한 관행은 다양한 상징체계를 가진 문화적 행동 규범의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샤리바리는 ‘성(性), 정치, 경제, 종교 등과 관련해서 공동체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가 생겼을 때 이것을 소란과 조롱, 폭력 등으로 처벌하는 유럽의 민중적 관행’을 뜻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성 일탈인데, 태곳적 공동체에서 관계와 질서를 유지하는 근본이 되었던 것이 성 규범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샤리바리가 문제 삼고 있는 성은 단순히 쾌락을 위한 성이 아니라 질서와 문화적 토대로서의 성인 것이다.
수천 년 동안 민중 사이에 전해져 오면서 유럽인의 세계관과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샤리바리는 매우 중요한 문화적, 역사적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언뜻 보아 원시적이고 야만적이며, 심지어 범죄적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집단적 행위 속에는 다양한 상징적 의미들이 숨어 있다. 따라서 확실한 이해를 위해서는 샤리바리라는 행위를 의미를 가진 하나의 문화적 행위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꾸준하고 깊이 있는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 윤선자는 이 책 『샤리바리』에서 고문헌부터 다양한 회화 작품, 현대의 영화 자료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샤리바리라는 특별한 민중 문화를 분석하고 그 속의 상징과 의미를 현대의 민중 앞에 펼쳐 낸다.

공동체 내 성 일탈과 민중의 응징

14세기 프랑스 파리에서 출판괸 『로망 드 포벨』은 샤리바리에 관한 가장 완전한 정보를 담고 있는 사료로 평가된다. 포벨이라는 이름의 말[馬]이 인간 여성과 결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묘사하고 있는 이 책에서 포벨은 인간이 가진 성 욕망, 성 일탈을 상징한다. 포벨을 대상으로 벌어진 샤리바리는 무척 소란스럽고 폭력적이며 외설적이다. 이러한 소란, 폭력, 외설은 공동체 규범을 일탈한 누군가를 향한 불만, 응징, 경고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공동체의 성 일탈을 응징하고 그 재앙을 알리는 신호인 샤리바리 문화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시 민중 행동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가능할 것이다.
실제 샤리바리가 벌어지면 사람들은 괴성을 지르거나 악기와 주방 도구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성 일탈을 저지른 사람의 집으로 쳐들어간다. 그곳의 기물을 파괴하고, 집 앞 우물에 소금을 집어넣거나 문 앞에 오물을 집어던지기도 한다. 이런 행위들은 공동체 규범으로부터의 일탈에 대한 불만, 응징, 경고의 표시로서, 공동체로부터의 추방과 상징적 죽음을 의미한다. 또한 일부 사람들은 동물 마스크를 쓰고 동물 가죽을 걸치기도 하는데 이는 동물성, 야만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런 변장을 통해 그들이 표현하려 했던 것은 동물 자체가 아니라 인간에 내재된 동물적 본성과 성을 향한 충동이다. 샤리바리의 목적은 이런 인간의 성 욕망, 성 일탈을 응징하는 데 있다.
성 일탈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전통 사회의 사람들은 성이 공동체를 유지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쾌락을 위한 성이 아니라 질서와 문화의 토대로서의 성이라는 것이다. 근친상간은 대표적인 성 일탈 방식이다. 나이의 혼돈, 세대의 혼합, 감정의 무질서, 모든 역할의 노골적인 전도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가장 근본적인 결혼 규칙의 위반이다. 공동체의 질서 자체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신에 혼란을 일으킨다는 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간통도 결혼의 규칙을 위반했다는 측면에서 샤리바리의 목표가 되었다. 공동체의 질서를 위협하고 서자, 즉 비합법적 주체를 탄생시킨다는 의미에서 일탈적 성으로 간주되었다. 재혼,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재혼 또한 샤리바리의 주된 대상이었다. 출산이 곧 노동력의 확보와 공동체의 존속을 의미했던 전통 사회에서 재혼은 환영할 만한 결합이 아니었다. 다산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불임 부부가 샤리바리의 대상이었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전통 사회에서의 근친상간, 간통, 재혼, 불임은 합법적 결혼 문화를 위협하고 가족 관계를 혼란에 빠뜨려 공동체 성원 사이에 갈등과 불화를 일으키고 결국 공동체 전체를 해체시킬 수 있는 중대한 문제였다.

전통적 민중 문화의 역동성

전통 유럽 사회에서 샤리바리는 교회와 세속 당국의 암묵적인 승인과 마을 사람들의 공공연한 동의하에서 공동체적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근대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근대적 시스템이 확립될수록 개인주의와 사유 재산, 합리주의, 국가의 공적 질서 등이 강조된 것이다. 그 결과 공동체주의를 주장하는 샤리바리는 탄압받기 시작했고 전통적 상징성을 상실함과 동시에 세속화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샤리바리라는 오래된 관행을 통해 공동체의 권리와 번영을 유지해 온 샤리바리 주모자들에게 있어 새로운 근대적 성문법은 공동체주의를 파괴하는 이기심이자 계급적 탐욕의 표현일 뿐이었다.
‘국가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국민의 자유는 적어진다’는 루소의 말에 기대자면, 역사학적으로 봤을 때 국가로의 이행 과정은 자연적인 질서에서 법률적이고 억압적인 질서로의 과정이었다. 즉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문명화된 국가가 아닌 원시 사회에서 그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원시성은 야만적이라거나 열등하다는 의미가 아닌, ‘본래적’이고 ‘근본적’이고 ‘근원적’이라는 의미다. 원시성의 순수함으로 문명의 병폐를 치유하고 근대의 계급성을 원시 사회의 공동체주의로 대체할 수 있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샤리바리가 추구했던 것이 ‘주체적 인간의 행복’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행복은 거창한 것에 있지 않고, 단지 자연으로서의 인간 본성을 유지함에 있다는 것이다. 출생, 성장, 결혼, 출산과 같은 것들의 원만한 이루어짐 속에서 행복과 충만함을 느끼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 말이다. 미시적 역사로부터 인간 행복의 본질과 기원이라는 거대한 테마를 천착해 내는 이 책 『샤리바리』는 국내 학계에서 이루어진 유럽 역사에 대한 학문적 결과로서는 보기 드문 역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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