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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인문학 : 교양 있는 사람을 위한 예술과 과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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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2013년부터 카이스트와 서울대에서 각각 '과학과 예술의 상호작용'과 '미디어아트 공학'이란 교양 과목으로 진행한 강의를 엮은 책이다. 과학과 예술을 화두로 삼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사회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해 말한다.

저자 : 원광연

저자 원광연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서울대 응용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위스콘신대학에서 전산학 석사학위, 메릴랜드대학에서 전산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 응용과학부에서 박사후과정 펠로우를 거쳐 강사로 활동했으며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전산정보학과 교수를 지냈다. 1991년부터 KAIST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을 양성해왔으며 2005년 문화기술대학원 설립을 주도한 이래 현재까지 과학과 문화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이라는 개념을 세계 최초로 제안한 인물로 학계는 물론 문화예술계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연구재단 선정 가상현실연구센터의 소장, 인간과 컴퓨터의 융합을 논의하는 한국HCI학회의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문화기술을 선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국제디지털미디어아트학회 연례 콘퍼런스에서 ‘아웃스탠딩 리더십 어워드’를 수상했다. 과학과 예술을 결합한 전시회 시리즈 〈과학+예술_10년 후〉와 전자음악, 영상, 로봇 등을 결합한 디지털 퍼포먼스 〈신타지아Syntasia〉 등을 기획했다. 〈동아일보〉〈한국일보〉〈세계일보〉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으며 공저서로 《과학+예술 10년 후》《디지털 시대의 문화예술》이 있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은 전공 분야를 넘어 그의 삶 자체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분야에서 2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세계적 연구자인 저자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과학관, 서울역사박물관 등지에서 전시 활동을 했으며 서울미디어비엔날레와 광주비엔날레에서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책은 단순히 정보와 지식의 전달을 넘어 저자의 생생한 연구와 창작 활동의 숨결이 담긴 작업 노트이기도 하다.

서문_ 예술은 가장 멋진 과학이다



1장ㆍ빛을 가지고 노는 예술가들

뉴턴, 훅 그리고 아인슈타인 | 빚의 화가들 | 태초에 빛이 있었다



2장ㆍ과학과 예술 사이에서

이집트 미라와 빌렌도르프 비너스 | 형이상학적 상상과 과학적 분석



3장ㆍ르네상스맨 레오나르도 다빈치

다빈치는 화가가 아니었다? | 〈최후의 만찬〉은 그 시대 가상현실 | 모나리자의 미소는 미소가 아니다? | 다빈치 노트



4장ㆍ르네상스 시대의 가상현실

브루넬레스키의 증강현실 | 알베르티의 선원근법



5장ㆍ비뚤어진 시각, 아는 대로 본다

동서양 회화의 시점 차이 | 에셔의 〈낮과 밤〉에 담긴 착시 현상 | 시각의 한계를 이용한 작품들



6장ㆍ새로운 시각 문화, 카메라와 포토그래피

빛으로 그린 그림 | 사진의 탄생 | 예술가의 대중화 시대



7장ㆍ색채에도 사연이 있다

색의 천일야화 | 뉴턴의 프리즘과 괴테의 색채 이론 | 색의 3원소는 빨강, 노랑, 파랑이다? | 화이트와 블랙



8장ㆍ낭만주의 시대의 소셜 네트워크

케빈 베이컨 게임 | 과학도 낭만적일 수 있을까? | 게임의 시작, 찰스 배비지 | 게임의 끝, 카스파르 프리드리히



9장ㆍ예술 작품도 진화한다

다윈의 유산, 진화예술 | 밀레니엄 뻐꾸기시계



10장ㆍ히어로 에디슨과 안티 히어로 워홀

팝아트의 대부 | 전기의자의 비밀 | 그들은 왜 할리우드로 갔나



11장ㆍ미래주의, 미래의 시작

새로운 예술을 찾아서 | 이데올로기로서의 예술



12장ㆍ인간과 기계의 만남, 테크놀로지 아트

예술과 기술의 컬래버레이션 | 위대한 예술은 위대한 기계에



13장ㆍ로봇 아트, 제3의 인간을 꿈꾸다

탈로스, 골렘, 프랑켄슈타인 | 불쾌한 골짜기? |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시대



14장ㆍ아름다움의 과학

숫자는 아름답다 | 외모에 관한 경제학



15장ㆍ데이터 아트, 빅데이터가 예술로 승화하다

21세기 문화를 주도할 인터페이스 | 데이터 아트의 탄생 | 디지털 자화상



16장ㆍ현실과 상상의 경계, 무한대의 미학

무한 호텔 이야기 | ‘뫼비우스의 띠’에서 《바벨의 도서관》까지 | 일상 속의 무한대



17장ㆍ어느 화가와의 대화

예술가의 고민 | 우리 안의 이중 잣대



18장ㆍ과학기술로 보는 패션

컴퓨터는 왜 방직기계를 닮았을까 | 웨어러블 컴퓨터 시대 | 옷도 미디어가 된다



19장ㆍ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디지털편

버추얼 고고학 |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 생각하기



20장ㆍ시간의 기억

공간 자체가 예술 작품이다 | 스토리를 담은 비석



21장ㆍ3D 프린터, 예술을 침범하다

제조산업에 혁명을 일으키다 | 산업의 예술화, 예술의 산업화 | 디지털 프라이버시



22장ㆍ새로운 프런티어, 10년 후

그 이후 10년 | 내 이름은 게임 | 로봇이 온다 | 우주의 체험 | DYI 우주

23장ㆍ죽기 훨씬 전에 가봐야 할 뮤지엄



24장ㆍ문화기술연대기

인공지능, 가상현실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원광연 KAIST 교수의

유쾌한 사이언스 인문학

“다빈치는 예술가인가 과학자인가?”

모네의 정원에서 뉴턴의 프리즘까지

잠재된 창의성에 날개를 달아주는 24가지 에피소드



예술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 그 중심가엔 미술사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이 대칭으로 서서 위용을 뽐낸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자연사박물관의 가장 유명한 전시물이다.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구석기시대 조각상인 이 작품은 도나우 강변의 빌렌도르프에서 발견됐다. 맞은편 미술사박물관엔 이집트 미라가 관 속에 누워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영생을 향한 욕망을 담은 역사의 유물이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미술품인 빌렌도르프 비너스는 미술사박물관에, 고대 인류의 유물인 이집트 미라는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야 맞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결국 해석의 문제다. 오늘날 우리는 도나우 강변에서 발굴한 조각상을 예술을 향한 인류의 위대한 첫걸음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예술과 과학은 매우 이질적이다. 예술의 세계에선 독창성이 필수다. 어떤 작가가 작품을 만들었을 때 그걸 다른 사람이 똑같이 복제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반면 과학의 세계에선 재현성이 알파이자 오메가다. 어떤 연구 결과가 나왔을 때 그걸 인정받으려면 다른 사람도 동일한 방법을 사용해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건 예술과 과학이 서로 대치되는 게 아니라 상호 보완된다는 사실이다. 예술과 과학은 서로 평행선을 달리지만 가끔 교차하기도 한다.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영감을 주며 때로 해결책을 제공한다. 예술은 미래를 꿈꾸고 과학은 미래를 실현한다.



과학과 예술을 화두로 세상과 사물 그리고 인간을 들여다보다
예술과 과학이 만나는 경계, 즉 예술이 극단적인 주관성과 비논리성에서 벗어나고 과학이 객관성과 엄격한 논리 체계에서 해방된 영역은 오히려 예술적 직관력과 과학적 통찰력이 빛을 발한다. 이런 영역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림이 있는 인문학》은 19세기 인상주의 미술부터 21세기 테크놀로지 아트까지 24개 영역에서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과학과 예술의 융합에 대한 궁극적 해답을 보여준다. 예술과 과학을 화두로 사물과 세상을 들여다보고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재정의하고 재해석하고 재도전하는 데 필요한 영감과 통찰을 준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분야에서 2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세계적 과학자인 저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24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전산학과 문화기술을 가르쳐왔다. 최초로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이라는 개념을 정립한 인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석학이다. 로봇과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각종 전시회와 디지털 퍼포먼스를 기획하기도 한 그는 과학과 예술 그리고 인문을 통섭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책은 단순히 정보와 지식의 전달을 넘어 저자의 생생한 연구와 창작 활동의 숨결이 담긴 작업 노트다. 지난 2013년부터 KAIST와 서울대에서 각각 ‘과학과 예술의 상호작용’과 ‘미디어아트공학’이란 교양 과목으로 동시 진행한 강의가 이 책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한 학기를 둘로 나누어 전반부엔 미술사를 과학적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소개했고 후반부엔 로봇 아트, 데이터 아트, 3D 프린팅, 웨어러블 컴퓨터 등 테크놀로지 아트 분야의 최신 트렌드를 짚어주었다. 음악과 미술 그리고 컴퓨터게임을 사랑하는 괴짜 과학자가 들려주는 예술 작품의 이면에 숨어 있는 흥미진진한 과학 이야기는 일상의 현안에 매몰된 우리의 교양 수준을 높여주기에 손색이 없다.



뉴턴의 프리즘에서 괴테의 색채 이론까지 빛을 가지고 노는 사람들
클로드 모네는 빛을 그렸다. 원래 빛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물의 풍경을 그리기를 좋아했던 모네는 연못 주변에 이젤을 세워놓고 하루에도 여러 번 변화하는 색채를 관찰하여 화폭에 옮겼다. 나이가 들면서 시력이 떨어지자 그는 연못에 더 가까이 다가가 위에서 내려다보며 그렸는데, 미세하고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광선에 녹아드는 형태 등이 보이는 화면은 마치 색채의 향연과 같았다.

그렇다면 색이란 무엇인가? 비발디가 〈사계〉를 작곡하고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유럽 전역에서 공연되던 시절, 아이작 뉴턴은 프리즘을 이용해 색채의 정체를 밝혀냈다. 그가 색채에 관한 실험을 시작할 당시의 통념은 햇빛 같은 백색광은 단색이고, 노랑과 파랑 등 다양한 단색광은 이런 백색광이 변형돼 생긴 현상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프리즘을 이용해 다양한 단색광이 모여 백색광이 만들어지는 현상을 설명했고 역으로 백색광이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색으로 분리된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과학과 이성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던 낭만주의 시대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요한 괴테는 뉴턴의 색채 이론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색이 프리즘에 의해 단순히 분해되어 나타나는 게 아니라 밝음과 어두움의 경계 사이의 역동적인 긴장 관계에 의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괴테는 주로 보색 현상에 주목하고 심리적, 감정적 측면에서 색에 대해 연구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예를 들어 황색은 밝음의 성질을 수반하여 명랑하고 활발하며 부드럽게 매혹시키는 속성을 유지한다. 청색은 어두운 것을 내포하며, 황색과 청색은 높고 고상한 적색을 증강시킨다.

바실리 칸딘스키는 색채에 대한 심리적 접근을 통해 괴테의 색채 이론을 회화에 실험하기도 했다. 그는 색채와 선, 면 등 순수한 조형 요소만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으며, 형태와 색채가 사물의 겉모습을 그려내기보다 작가의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 수단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국 미술계의 거장 윌리엄 터너 역시 괴테 이론의 영향을 받았다. 퇴역하는 전함의 마지막 항해를 그린 〈전함 테메레르〉를 보면 저녁노을이 연출하는 노란색과, 하늘과 강물이 빚어내는 파란색은 괴테의 보색 이론을 충실히 따르면서 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탈로스, 골렘 그리고 프랑켄슈타인… 제3의 인간을 꿈꾼다
과학과 예술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존재하지만 로봇에 관한 한 이 둘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특히 인간과 외모가 비슷하고 인간과 유사한 지적 능력을 보유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에 대해서는 언제나 예술적 상상력이 과학적 기술력을 앞질러왔다. 인간과 닮은 피조물을 만드는 건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인간은 2만 년 전 구석기시대에 이미 정교한 형태로 돌 인형을 만들었다. 그리스 신화에도 크레타 섬을 지키고 있다고 전해지는 청동 인간 탈로스가 등장한다.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움직이는 로봇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20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 만들어진 사냥개 로봇은 복부 레버를 잡아당기면 입이 움직인다. 탈무드에도 진흙으로 빚은 인조인간인 골렘이 묘사되어 있는데,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 캐릭터는 이를 연상시킨다.

과학적으로 신빙성을 갖춘 최초의 피조물은 낭만주의 시대의 영국 소설가 메리 셸리의 소설에 나오는 프랑켄슈타인일 것이다. 당시 과학계에선 무생물과 생명체의 근본적인 차이를 놓고 학자들 간의 논쟁이 뜨거웠다. 논쟁의 핵심은 영혼의 존재 유무였다. 한편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이루어진 뭔가가 생명의 핵심이라 말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영혼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존재한다고 해도 뇌의 작용에 의한 부산물일 뿐이며 과학에서 다룰 이슈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양쪽 진영 모두 전기나 자기가 생명 현상과 깊이 관련돼 있을 거라는 점은 동의했다.

메리 셸리는 과학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으나 당시 이런 이슈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인위적인 전기 자극으로 새로운 생명을 만든다는 플롯을 짜게 된 것이다. 실상은 프랑켄슈타인은 피조물이 아니라 과학자의 이름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소설에서는 이 피조물을 특정 고유명사가 아닌 ‘그것’으로 지칭하고 있다.



카메라와 사진의 발견, 회화는 죽었다
11세기 비잔틴 모자이크 예술가들부터 19세기 인상주의 화가들까지 옛 거장들은 어떻게 그처럼 사실적으로 그림을 그렸을까? 그 시절에는 교황이나 황제 같은 유명 인사들을 원할 때마다 불러낼 수도,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포즈를 취하게 할 수도 없었다. 정물화도 마찬가지다. 어떤 작품은 그리는 데 족히 몇 개월은 걸렸을 텐데, 그동안 과일이나 채소가 시들거나 썩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 사진을 보고 그린 게 아닐까? 하지만 카메라는 훨씬 후인 1830년대에 발명됐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카메라의 전신인 카메라 옵스큐라는 르네상스 시대에 처음 개발됐다. 이것은 어두운 방의 벽 등에 작은 구멍을 뚫고 그 반대쪽의 하얀 벽이나 막에 옥외의 실상을 거꾸로 찍어내는 장치다. 초기 카메라 옵스큐라는 사물을 볼 수는 있지만 그 영상을 저장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화가들이 육안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어 스케치용으로 주로 사용했다. 문헌에 의하면 카라바조, 페르메이르, 앵그르 같은 대가들도 카메라 옵스큐라를 사용해 그림을 그렸다. 대표적으로 요하네스 페이메이르의 그림은 대부분 카메라 옵스큐라 상자 속에 들어갈 정도로 매우 작다. 카메라 옵스큐라를 스케치용으로 사용한 게 아니라 옵스큐라 영상을 직접 캔버스에 투사시킨 상태에서 바로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카메라의 발명은 순수 회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제 역사적인 이벤트를 기록에 남기거나 가장 예쁠 때 모습을 그려두거나 하는 등 현실적인 수요는 사진으로 대체됐다. 사진이 회화를 쫓아오는 동안 회화는 사진으로부터 도망가지 않으면 안 됐다. 인상주의가 시작된 원인 중 하나가 카메라로 대표되는 새로운 시각문화라는 탄생이라는 것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데이터 아트, 빅데이터가 예술로 승화하다
미디어 이론가 레프 마노비치는 “19세기 문화는 텍스트가 주도했고 20세기 문화는 이미지가 주도했다. 21세기 문화는 인터페이스가 주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래에는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전체가 인간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인터페이스 역할을 할 것이다.

어느 시대나 예술가들은 당대 삶의 정수를 예술 작품으로 표현해왔다. 현대인의 삶은 인물, 도시, 자연 등 외형적인 것보다 정보와 데이터가 더 잘 나타낸다. 따라서 정보와 데이터가 예술가들의 작업 대상이 되는 건 너무 당연하다. 엄청난 규모의 빅데이터를 예술적으로 변환하는 데이터 아트가 조금씩 주류 예술에 접근하고 있다. 이미 뉴욕현대미술관에서는 대규모 데이터 아트 기획전을 개최한 바 있다.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뉴욕타임스 본사 건물 로비에는 무려 560개의 작은 모니터로 구성된 데이터 아트 작품이 설치돼 있다. 이 작품은 160년간 축적된 신문사 데이터베이스에 첨단 알고리즘을 적용해 현대 사회를 묘사하는 짧은 문장을 자동 생성해 보여준다.

자화상은 자기 자신의 본질과 특징을 나타내는 중요한 회화 장르의 하나다. 미국 디자이너 니컬러스 펠턴은 매년 자기 자신에 관한 연차보고서를 내놓는다. 그의 보고서에는 각종 그래프와 도형과 도표가 가득하다. 대화, 이메일, 이동 궤적, 날씨, 경제 활동 등 일 년 동안 일어난 자신의 행동과 생활의 모든 기록을 데이터 아트로 작품화한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제3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묘사한 일종의 디지털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방법과 기술이 좀 더 성숙되면 일반인도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저널리스트 댄 가드너가 말한 것처럼 빅데이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우리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



융합 천재들의 빛나는 통찰과 감각을 만나는 과학자의 강의실
우리 삶에 과학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혹은 예술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 의식주가 중요한 시대에는 예술을 생각하지도 않았다. 우리 삶에 예술이 없어도 상관없던 시대는 분명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사회는 점점 과학화되고 있으며 문화도 중요한 시대적 요소로 자리 잡았다. 우리는 삶에서 행동으로 얘기해야 할 때도 있고, 감성으로 얘기할 때도 있다. 과학에 감성을 더하고 예술에 과학을 접목할 필요도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하면 객관적인 측면과 함께 주관적인 측면이라는 양 날개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원광연 교수는 삶을 둘러싸고 있는 걸 받아들이는 게 과학, 그것을 표현하고 나타내는 게 예술이라 말한다.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는 문화화, 과학화된다. 세상을 받아들이는 과학과 세상을 향해 내보내는 예술은 우리의 삶과 깊숙이 연결돼 있다. 과학적 개념을 예술로 풀어내고, 예술적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건 두 분야의 융합을 위한 첫걸음이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인은 지식만 가진 사람이 아니라 예술과 과학을 두루 아는 교양인이다. 이 책은 뉴턴의 프리즘 실험이 뭔지, 클로드 모네가 누군지, 입체파와 인상파가 어떻게 다른지 몰라서 교양 수준이 들통 날까 봐 대화 자리가 두려운 당신을 위한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루이 14세 시대 중요한 문화유산의 하나인 양탄자의 붉은색이 심하게 변색되기 시작했다. 프랑스 최고 화학자 미셸 슈브뢸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슈브뢸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같은 붉은색이라도 그 주위에 무슨 색이 배치되어 있느냐에 따라 붉은색의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었다. 약간 낡은 붉은색이라도 검정색과 대치되면 선명한 붉은색으로 보이는 반면, 선명한 붉은색이 노란색과 얽혀 있으면 칙칙하게 보였다. 한 가지 더, 붉은색 실과 노란색 실이 서로 얽혀 있으면 멀리서 볼 때는 오렌지색으로 보였다. (…) 슈브뢸의 연구는 회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색을 선택하고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문제는 화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니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일설에 의하면 고흐는 그림을 그릴 때 항상 슈브뢸의 책을 휴대했다고 한다. 조르주 쇠라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의 이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했으니 바로 점묘주의다. 쇠라의 대표작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는 가까이서 보면 여러 가지 색깔의 점들의 향현이 펼쳐지지만 시야를 멀리 하면 마치 마술처럼 의미 있는 그림이 나타난다. _pp.112∼113



세계 최초로 전기의자 사형이 집행된 1890년 8월 6일, 비극은 시작됐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형 집행인은 전기 스위치를 눌렀다. 사형수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런데 몇 초 후 사형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외쳤다. “빨리 다시 스위치를 눌러요!” 그런데 고압 전기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사형수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몇 분 후 두 번째 시도가 이루어졌다. 사형수의 옷에 불이 붙고 몸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놀란 사람들은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구토를 하는 사람, 기절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사형수가 완전히 숨을 거두는 데는 몇 분이 더 소요됐다. 당초 에디슨은 수백분의 1초 이내에 사형수가 사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후 에디슨은 발명가답게 전기 사형 기술을 더욱 완벽하게 발전시켰다. (…) 워홀은 에디슨의 사형 집행 의자를 작품화했다. 왜 그랬을까? 비인간적인 사형 제도를 이슈화하기 위해서였을까? 에디슨의 끔찍한 실험을 비판하려고 했을까? 다른 예술가 같았으면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워홀은 아니다. 그는 이 비극적인 사건을 매스컴에서 다룬 행태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자동차 사건을 작품화한 사례도 유사했다. 그는 사건 자체보다 사건을 매스컴에서 어떻게 다루었는가에 더 관심을 가졌다. 그는 매스컴의 위력을 잘 알았고, 매스컴을 활용했고, 매스컴을 작품화했다. _pp.149∼150



사실 미래주의 선언문 어디에도 미래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들에게 ‘미래’라는 단어는 ‘과거와 현재로부터의 탈피’가 아니었을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예술 세계는 그야말로 미래적이었다. 관람객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중요시하는 미래주의 공연, 소음을 음악의 주된 요소로 끌어들인 미래주의 음악, 인쇄된 활자에 무게감, 사운드 그리고 움직임을 추가하려고 했던 미래주의 문학 등은 100년 후 디지털 시대에 들어 하이퍼텍스트, 하이퍼미디어라는 형태로 본격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모티콘도 따지고 보면 미래주의 텍스트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미래주의 건축의 유산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들은 왜 그 당시 기술로는 지을 수도 없는 건물과 도시를 제시했을까? 〈아키라〉, 〈블레이드 러너〉 등 오늘날 SF 영화에 묘사되는 미래의 빌딩이나 도시 환경은 미래주의에 크게 빚지고 있다. 미래주의는 단순히 예술 활동에 그치지 않고 의식주를 포함해 정치, 교육 등 사회 전반에 새로운 가치관에 기반한 삶의 방식을 펼쳐보자는 생활철학이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특정 예술 스타일이라기보다 이데올로기였다. 이제 예술은 미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회 변화에 앞장설 것을 표방했다. 예술가는 더 이상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머물지 않게 됐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이 탄생한 것이다. 우리는 이걸 모더니즘이라고 한다. _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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